통풍은 단순히 약만으로 해결되는 병이 아니다. 식습관이 핵심이라는 사실을 진단받고 나서야 실감하게 됐다. 의사가 “요산 수치 조절은 식단이 절반입니다”라고 말했을 때, 처음엔 반신반의했지만 통풍 발작을 두 번 겪고 나서야 진심으로 받아들였다. 특히 직장인에게 있어 식단 관리는 그리 간단한 일이 아니다. 점심은 주로 외식이고, 저녁은 회식 자리, 퇴근 후엔 배달 음식이 일상인 생활에서 ‘통풍 식단’을 실천하는 건 현실과 부딪히기 일쑤다. 이 글은 그런 나의 현실 속에서 도시락을 싸고, 회식을 피하지 않으면서도 통풍을 관리했던 실천기다. 지금부터 그 노하우를 예시와 함께 풀어보겠다.
식단의 시작은 도시락이었다
통풍 진단 후 가장 먼저 바꾼 건 점심 식사였다. 회사 근처 식당 대부분은 국물 위주거나 고기 반찬이 많아 선택지가 좁았다. 그래서 나는 매일 아침 10분 일찍 일어나 도시락을 싸기 시작했다. 주로 현미밥, 브로콜리, 두부구이, 삶은 달걀, 김치를 넣었다.
- 현미밥 1공기
- 구운 두부 3조각
- 데친 브로콜리
- 삶은 달걀 1개
- 오이지 or 김치 약간
처음엔 귀찮고 손도 많이 갔지만, 2주 정도 지나자 루틴이 생겼다. 무엇보다 먹고 나서 몸이 무겁지 않고, 오후 업무 집중력도 올라갔다. 요산 수치도 9.1에서 7.4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도시락은 통풍 관리의 출발점이었다.
식단을 관리하면서 놓치기 쉬운 게 간식이다. 나는 회의 중 배고플 때나 오후 4시쯤 꼭 간식을 찾았는데, 그동안 먹던 과자, 초콜릿, 편의점 김밥은 모두 통풍에 악영향을 주는 고퓨린식이었다. 그래서 안전한 간식으로 대체했다.
- 무염 견과류 소량 (호두, 아몬드)
- 플레인 요거트 + 바나나
- 찐 고구마
- 두유 1팩
특히 플레인 요거트는 저지방이고 유산균까지 있어 위에도 좋았다. 당분만 조절하면 통풍 식단과 궁합이 좋다. 간식 하나 바꿨을 뿐인데 오후에 붓는 느낌도 줄었고, 저녁에 폭식을 피할 수 있었다.
회식은 피하지 않고, 똑똑하게 대처했다
처음 통풍 진단을 받고 회식 자리가 가장 스트레스였다. 고기 굽는 냄새, 술을 권하는 분위기, 메뉴 선택의 제한까지. 하지만 회식을 모두 피할 순 없었다. 그래서 나는 ‘참석하되 다르게 먹기’를 택했다.
- 삼겹살 대신 상추 + 쌈채소 + 밥만 먹기
- 맥주 대신 탄산수 + 얼음
- “약 먹어서 오늘은 술 못 마셔요”라고 선제적으로 말하기
- 찌개류 국물은 건더기만 선택, 국물은 남기기
이런 방식으로 4~5번 회식을 소화했는데, 의외로 사람들은 금방 이해해줬고, 무리하지 않으니 나도 편해졌다. 통풍 식단은 혼자만 지키기보다, 상황에 맞춰 ‘조율하는 습관’이 핵심이라는 걸 배웠다.
외식할 땐 ‘통풍 메뉴 리스트’를 정해두었다
도시락을 싸지 못하거나 갑자기 외식을 해야 할 때도 많았다. 그럴 땐 아예 ‘통풍 외식 안전 메뉴 리스트’를 만들어 두고, 가능한 메뉴 안에서만 선택했다.
- 순두부찌개 (맵기 조절, 국물은 적게)
- 냉모밀
- 보리비빔밥 (육회 없이 야채만)
- 김밥 (야채김밥 or 계란김밥 위주)
- 초밥 (연어, 광어 등 흰살 생선만 소량)
음식점에 들어서기 전에 선택 가능한 메뉴를 미리 정해두니 충동적인 선택을 막을 수 있었다. “그냥 오늘은 먹자”라는 유혹을 통제할 수 있었던 건 바로 이 ‘예정된 리스트’ 덕분이었다.
배달 음식도 포기하지 않았다, 다만 기준을 정했다
퇴근 후 배달 음식은 큰 유혹이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아도 된다. 나는 **‘통풍 안전 배달 메뉴’**를 미리 찾아 저장해두고, 그 안에서만 선택했다.
- 치킨 대신 에어프라이어에 구운 닭가슴살 샐러드
- 짜장면 대신 비빔국수 (기름 적은 스타일)
- 햄버거 대신 통밀 샌드위치 + 샐러드 세트
- 국물 없는 파스타 (크림X, 토마토 기반 소스만)
- 야식은 절대 금지, 최대 저녁 7시까지 식사 마감
이런 규칙만 지켜도 요산 수치를 유지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통풍 식단은 ‘무조건 참기’가 아니라 ‘합리적 선택’의 반복이라는 걸 깨달았다.
실천의 핵심은 ‘완벽’이 아니라 ‘지속’이었다
처음에는 한 끼라도 어기면 죄책감이 들었다. 하지만 이제는 가끔 실수해도 금방 다시 돌아오는 게 더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됐다.
- 친구 생일파티에서 피자를 2조각 먹음 → 다음날 저염 식단 + 물 2.5L
- 회식에서 맥주 한 모금 마심 → 다음날 운동량 30분 추가
이렇게 회복 루틴을 만들어두니 부담이 덜했다. 중요한 건 ‘한 번의 실수’가 아니라 ‘계속 실천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었다. 식단 실천은 결코 완벽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꾸준한 의지와 조율이 있다면, 통풍은 충분히 관리 가능한 병이다.
나는 1년 넘게 통풍 식단을 실천해오고 있다. 외식도 하고 회식도 가지만, 내가 먹는 걸 스스로 알고 선택할 수 있을 만큼은 성장했다.
통풍은 결국 ‘삶의 습관’을 바꾸는 병이다. 그 시작이 식단이라면, 지금부터라도 한 끼를 바꿔보길 권한다. 어렵지만, 그만큼 효과는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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