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병원을 싫어하고 약은 더 싫어하는 사람이었다. 건강에 조금 문제가 생겨도 스스로 관리하면 된다고 생각해왔다. 그래서 통풍 진단을 받았을 때도, 병원에서 처방받은 약은 집에 그대로 둔 채 물을 많이 마시고 식단만 조절해보자고 결심했다. 내 나이 서른넷, 평소에 병원 문턱을 넘는 일조차 드물었던 내가 스스로를 믿고 선택한 결정이었다. 그러나 그 6개월의 시간은 내게 너무나 쓰라린 경험으로 남았다. 이 글은 약 없이 통풍을 관리하려다 후회하게 된 나의 이야기다.
1. 병원은 다녀왔지만 약은 복용하지 않았다
통풍 진단을 받은 건 어느 월요일이었다. 엄지발가락이 벌겋게 부어오르고 걸을 수 없을 정도로 아팠다. 병원에서는 피검사 결과를 통해 통풍이라고 확정했고, 요산 수치가 상당히 높다고 했다. 의사는 항염증제와 요산 억제제를 함께 처방해주었고, 꾸준히 복용해야 재발을 막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나는 그 말을 흘려들었다. 약에 의존하지 않고도 식습관과 운동으로 충분히 조절할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 길로 약은 봉투째 서랍 안에 들어갔고, 나는 물을 마시고 고기와 술을 줄이는 것으로 첫 통풍 치료를 시작했다.
2. 초반에는 효과가 있는 듯 보였다
처음 두 달은 비교적 괜찮았다. 아침마다 따뜻한 물을 마시고, 식사도 나름대로 통풍에 좋은 식단으로 바꾸었다. 기름진 음식과 술은 확실히 줄였고, 간식이나 야식도 거의 하지 않았다. 체중도 약간 줄고 몸이 가벼워지는 느낌이었다. 발가락 통증도 서서히 가라앉았고, 나는 ‘내 방식이 통했다’는 확신을 갖기 시작했다. 약을 먹지 않고도 통풍을 관리할 수 있다는 자부심이 생겼고, 병원에서 들은 경고는 과장된 이야기였다고 여겼다. 그렇게 안일한 판단은 점점 나를 깊은 구덩이로 끌고 들어가고 있었다.
3. 다시 찾아온 발작, 두 배로 아팠다
3개월쯤 지나고 어느 날 아침, 다시 익숙한 통증이 찾아왔다. 그런데 이번에는 처음보다 더 강렬하고 넓게 퍼졌다. 오른쪽 발가락뿐 아니라 발등과 발목까지 통증이 퍼졌고, 단순히 걷기 어려운 수준이 아니라 잠조차 잘 수 없었다. 통풍이 재발한 것이었다. 나는 결국 병원에 다시 갔고, 의사는 요산 수치가 오히려 더 높아졌다고 했다. 그동안 약을 전혀 복용하지 않았다는 말에 의사는 짧은 한숨을 쉬더니, “식단 조절만으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치료를 병행하지 않으면 재발을 반복하게 됩니다”라고 말했다. 그 말은 예상했지만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4. 결국 약을 받아들였고, 몸은 안정됐다
그때부터 나는 약을 복용하기 시작했다. 하루 한 번, 꾸준히 복용하는 요산 억제제와 필요할 때 먹는 항염증제를 정확한 시간에 챙겼다. 약을 먹은 지 일주일도 채 안 되어 통증이 완화되었고, 한 달 후에는 요산 수치도 정상 범위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식단도 계속 병행했고, 무엇보다 이전보다 더 체계적으로 내 몸을 관리하게 되었다. 약은 피해야 할 존재가 아니라, 내 몸을 지키는 하나의 방법이었다는 사실을 그제야 받아들일 수 있었다. 괜히 고집부리다 더 심한 고통을 자초한 내 자신이 미련하게 느껴졌다.
5. 약을 거부한 시간은 고통과 후회의 연속이었다
나는 약을 거부한 6개월 동안 두 번의 심각한 발작을 겪었다. 그 고통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다. 그 시간은 내게 중요한 교훈을 남겼다. 스스로를 과신하면 몸이 먼저 무너진다는 사실, 그리고 의사의 말을 무시하면 결국 자신이 책임을 져야 한다는 진실이다. 지금은 약을 복용하면서도 건강한 식단과 생활습관을 유지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통풍은 꾸준한 관리가 필요한 병이고, 약은 그 관리의 한 축이다. 나처럼 쓸데없는 고집으로 시간을 낭비하지 않길 바란다. 지금 통풍을 처음 진단받았다면, 부디 나의 후회를 반면교사로 삼아 현명한 선택을 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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