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가락의 극심한 통증에서 시작된 나의 통풍 진단 여정

어느 날 새벽, 오른쪽 엄지발가락에 마치 불이 붙은 듯한 극심한 통증을 느끼고 잠에서 깼다. 처음에는 단순히 삐었거나 바닥에 부딪혀 생긴 타박상이라 생각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부위가 붓고 빨갛게 달아올랐으며, 걷는 것은 물론 이불이 닿는 것조차 고통스러울 정도로 상태가 심각해졌다. 진통제를 먹어도 효과가 없었고, 결국 나는 정형외과를 방문했다. 의사는 통증 부위와 증상 설명을 듣자마자 “혹시 통풍일 가능성이 높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 말에 나는 적지 않게 충격을 받았다. 통풍은 중년 남성, 술 많이 마시는 사람에게 주로 나타난다는 편견을 갖고 있었던 나에게는 상상도 못한 진단이었다. 하지만 이후 진행된 여러 검사를 통해 나는 정확히 어떤 검사를 통해 통풍이 확정되는지, 그리고 그 진단의 근거가 어떻게 마련되는지를 명확히 경험하게 되었다. 이 글에서는 내가 병원에서 어떤 절차로 통풍을 진단받았는지를 단계별로 정리해 공유하려 한다.

 

💉 1. 통풍 혈액검사 – 요산 수치 측정으로 시작된 첫 번째 단서

 

내가 병원에서 가장 먼저 받은 검사는 혈액검사를 통한 요산 수치 측정이었다. 의료진은 공복 여부를 확인한 뒤, 일반 혈액검사 항목 외에도 요산(Uric Acid) 수치를 포함한 검사지를 따로 준비했다. 이때 나는 단순히 통풍 진단을 위해 혈액만 뽑는다고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요산뿐 아니라 염증 수치(ESR, CRP), 신장 기능, 간 수치까지 함께 확인한다고 들었다. 검사 결과는 다음 날 확인할 수 있었고, 담당 의사는 내게 “요산 수치가 8.7mg/dL로 기준치(3.5~7.0)를 크게 초과했다”고 설명했다. 요산 수치가 높다고 해서 무조건 통풍은 아니지만, 내가 경험한 증상과 겹치는 부분이 많아 강력한 의심 근거가 된다고 했다. 특히 혈액검사에서 함께 확인한 CRP 수치(염증 수치)가 상승되어 있었던 것도 통풍 발작이 실제로 진행 중임을 보여주는 또 다른 단서였다. 이 검사 결과를 기반으로, 의사는 “현재의 통증이 통풍으로 인한 급성 발작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판단했다. 혈액검사는 내가 받은 통풍 진단 과정 중 가장 기초이자 중요한 단계였다.

 

🔬 2. 통풍 확진을 위한 관절액 검사 – 결정적인 확정 진단 도구

혈액검사로 어느 정도 통풍을 의심할 수는 있었지만, 의사는 “확정 진단은 관절에서 직접 채취한 관절액 내 요산 결정 확인을 통해 이루어진다”고 설명했다. 나는 이 말을 듣고 잠시 당황했다. 실제로 바늘을 관절 안에 넣어 액체를 뽑는다는 것이 겁났기 때문이다. 하지만 의사는 절차가 간단하며 통증도 크지 않다고 안심시켜 주었고, 나는 결국 관절액 검사(관절 천자)를 받기로 했다. 붓기와 통증이 심한 엄지발가락 부위에 국소 마취를 시행한 뒤, 가느다란 주사기로 관절 안의 액체를 채취했다. 검사실로 보내진 이 관절액은 현미경 하에서 관찰되었고, 나트륨 요산 결정이 선명하게 확인되었다. 의사는 이것이 통풍의 ‘결정적 증거’라며, 요산 수치가 높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지만, 요산 결정이 관절 내부에 존재할 경우 통풍은 확정 진단된다고 말했다. 이 경험은 통풍이 단순히 피검사만으로 진단되는 것이 아님을 깨닫게 해주었고, 이후 치료와 관리 방향을 잡는 데 있어도 중요한 근거가 되었다.

 

📸 3. 통풍 감별을 위한 영상 검사 – 엑스레이와 초음파의 보조적 역할

혈액검사와 관절액 검사 외에도, 병원에서는 내게 엑스레이와 관절 초음파 검사를 추가로 시행했다. 이는 통풍이 아닌 다른 관절 질환과의 감별 진단을 위해서였다. 의사는 “염좌, 류마티스 관절염, 세균성 관절염 등과 통풍이 혼동될 수 있기 때문에, 관절의 형태와 뼈의 손상 여부를 영상으로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엑스레이 결과에서는 골절이나 구조적 이상은 없었지만, 초음파 검사에서는 붓고 열이 오른 관절 주변에 요산 결정이 축적된 흔적, 그리고 관절막의 미세한 염증 신호가 관찰되었다. 특히 관절 표면에 나타나는 **이중 윤곽선(double contour sign)**은 통풍에서 나타나는 특징적인 소견이라고 했다. 이러한 영상 검사는 직접적인 진단 도구는 아니지만, 통풍을 확신하는 데 있어 보조적이고 중요한 근거로 활용된다. 나는 이 과정을 통해 통풍이 단순히 ‘요산이 높아서 생기는 병’이 아니라, 실제 관절 내부에 물리적 변화가 생기는 구조적 질환이라는 사실을 체감하게 되었다.

 

📋 4. 통풍 진단 이후의 확정 절차 – 진단서 발급과 치료 계획 수립

모든 검사 결과가 종합되자, 담당 의사는 나에게 “통풍”이라는 확정 진단을 공식적으로 통보했다. 병원에서는 이후 건강보험공단에 제출 가능한 통풍 진단서를 발급해주었고, 이는 직장 병가나 보험 청구 시에도 필요한 문서였다. 진단 후, 의사는 나에게 요산 수치를 낮추기 위한 치료 계획, 식이조절 방안, 생활 루틴 개선 방법에 대해 상세히 설명해주었다. 그중 인상 깊었던 것은, 통풍은 단기 치료가 아닌 **‘평생 관리가 필요한 만성질환’**이라는 점이었다. 나는 병원에서 받은 모든 검사 결과와 의사의 소견을 바탕으로 이후 관리 계획을 세웠고, 재발을 막기 위한 생활 습관 변화에 집중하게 되었다. 지금 돌이켜보면 통풍 진단까지의 과정은 꽤 복잡했지만, 그 모든 검사는 통풍이라는 질환을 정확히 이해하고 내 몸에 맞는 관리 방법을 찾기 위한 중요한 기반이었다. 병원은 단순히 진단을 내리는 곳이 아니라, 내가 나의 질환을 정확히 인식하고 생활 속 루틴을 변화시킬 계기를 만들어준 공간이었다.